Ruben Park

고요한 밤

요즘에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싶다. 마요르카에서 멍하니 파도를 바라볼 때 정말 고요 했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게 호사라고 느껴졌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복귀했다. 멍이라도 때려볼 걸, 지나보니 한달이 훌쩍 넘었네.

그동안 어떤 생각을 했는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푸념과 한탄으로 적기를 시작해, 반성으로 끝나는 흔한 레퍼토리를 던져버리고 지금이라도 골몰히 안간힘을 짜내보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5년을 넘도록 함께한 십만원 매트릭스와의 작별인사를 했었지. 마지막 일년은 프레임 조차없이 바닥 생활을 했었는데. 지금은 시몬스에서 잔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낡은 빌라에서 복층 오피스텔로 이사갔을 때 스쳐간 잠깐의 짜릿함과 비슷했다.

시력이 계속 안좋아지고 있다. 라고 정확히 한달 전까지는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것.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시력이 잘 유지되고 있다. 보였던 건 잘 보이고, 안 보였던 건 여전히 잘 안보인다. 이런 거에 감사함을 느낀다.

일에 대한 생각. 나는 일하는 게 제법 즐겁다. 정확히는 모르는 일을 배우는 게 재밌었다. 행위만으로도 기쁘고, 그걸로 성과를 만들 때는 성취의 쾌감도 맛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더 방법에 집착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어떤 달콤한 치트키 같은 것이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면서.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빅테크. 그런 조직에 대한 동경 또한 자연스레 생기게 되었다. 그게 목표였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몇 달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고,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일에 대한 지식은 실행을 위한 도구로 잠깐 쓰고 이내 잊어버려도 된다. 대단한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들이 우스워보인다. 마치 모든 것을 통달한 사람처럼 거만하게 살고 있다.

맡은 일의 조각을 하나씩 맞추는 건 너무나도 쉽다. 그게 본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개개인의 고군분투함이 그대로 결과로 나타나면 얼마나 즐거울까. 치열하고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일해도 돈을 벌지 못한다면 그것참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거만하면서도 가난한 사람의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